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무작정 길을 나섰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 산책에 함께 한 쭈대리님!)
바람이 나를 이끈 곳은
동네 어귀 한 골목이었다.
마치 작은 숲처럼
초록빛 가득한 나무들이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빌라 앞 화단에 온통
푸른 나무들과 꽃들이 만개했다.
이 모든 게 한 사람이 일군 화단이라니... ...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집 앞 곳곳마다 푸른 화분들이 가득하고,
옹기종기 모인 건물 사이로 보이는 산이 정겨운 이 곳!
그래서 나는 방학동이 좋다.
어느새 동네 어르신과 재미난 추억이 있는 구멍가게에 다다랐다.
어르신과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집이 어디인지 물으니 구멍가게란다.
“동네가게가 다들 구멍가게지요~” 했는데,
우리가 다다른 곳은 “구멍가게”라는 이름을 가진 슈퍼가 있었다.
바로 그 구멍가게에서 산으로 향하는 길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는 사라지고,
물결모양을 한 바닥이 나를 반겨준다.
주변 집들마다 화단으로 곱게 단장한 곳이라
내가 즐겨 찾던 곳이었는데~
한 달 전 바닥이 변신의 변신을 했다.
늘 이 길로 통학 중인 두 명의 여자 친구를 만났다.
아스팔트길과는 다른 느낌의 이 길이 좋단다.
그리고 담장도 대문도 없이 푸르게 가꿔진 주변 집들도
보기가 좋다는 아이들!
“너희들 참 좋은 동네에 사는구나.” 인사하며 짧은 만남을 뒤로했다.
100m 남짓 물결모양의 이 길을 만나니
확 트인 이 골목을 보니 내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물결무늬 길을 걸으며
동네 곳곳을 살피니 이제는 1126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그린 알록달록한 벽화가 내 눈을 사로잡는다.
벽화 맞은편에는 담쟁이가 가득 핀
빨간 벽돌집이 보인다.
담쟁이에 에워싸여 금방이라도 동화 속 인형들이 나올 것 같다.
길을 따라 오르니 길의 끝에서 만성사를 만났다.
사찰 앞에는 200년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그늘 아래 잠시 쉬어본다.
참 바람이 좋다.
동네 골목 곳곳마다 푸른 텃밭들이 가득하고,
볕을 쐬며 마르는 빨래들도 행복해 보인다.
복지관으로 돌아오며 지난 해 같.고.요 모임에서 재활용 의자로 만든
평상 위에서 쉬고 있는 동네 어르신들을 만났다.
재활용 의자를 누군가 가져갔다가
어떤 의미로 만들었는지 의자에 새겨진 글귀를 보고는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고 얘기하며
연신 양심 있는 사람이란다.
쉬고 있는 어르신들 앞으로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화단을 소개한다.
“며칠 뒤면 노오란 달맞이꽃이 활짝 필거여~”
그래! 꽃이 피면 다시 와야지.
이제 방학동 옛 지명이 새겨진 벽화 앞에 앉아
오늘의 산책을 마무리하며 숨을 고른다.
도마로 만든 재활용 의자가 참 정겹다.
(=> 방아골복지관과 도봉시민회, 덕성여대가 함께 한 인문학강좌 동북시민학교 후속 모임 같.고.요의 활약~!!!)
복지관으로 돌아가는 길
바람이 처음 나를 이끈 곳, 빌라 앞 작은 숲을 일군
인이 어머니를 만났다.
화단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처음 본 얼굴이 낯설지 않고,
이미 알고 있던 이웃 같다.
어머니 얼굴 뒤로 춤추고 있는 초록빛 화단이 내 머리를 스친다.
(=> 복지관 건물을 가득 채운 담쟁이들~!!)
초록을 가득 품은 산책을 하고는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저마다의 살림터에서 초록빛을 가꾸는
우리 동네 이웃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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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하며 메모한 글이다.
이 글은 곧, 방아골복지관 두레박 소식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는 함께 산책한 쭈대리님의 사진들과 삽화를 넣어~^-^
http://bangahgol.or.kr/
일터 주변으로 산과 푸르름이 가득한 이곳!
동네 사람들의 화단을 가꾸는 그 정성스런 마음과 여유~!!!
방학동이 참 좋~~~~다!!!
